2013년 12월 15일 일요일

´사랑의 기도´ 외


<정연복 시인의 사랑 기도시 모음> ´사랑의 기도´ 외

+ 사랑의 기도

우리의 사랑은
봄날의 목련처럼 순결하게 하소서

우리의 사랑은
여름날의 장미처럼 불타게 하소서

우리의 사랑은
가을날의 코스모스처럼 명랑하게 하소서

우리의 사랑은
겨울날의 소나무처럼 한결같게 하소서

우리의 사랑은
햇볕처럼 따스하게 하소서

우리의 사랑은
달빛처럼 은은하게 하소서

우리의 사랑은
별빛처럼 곱게 하소서

우리의 사랑은
물방울처럼 동그랗게 하소서

우리의 사랑은
옹달샘처럼 맑게 하소서

우리의 사랑은
시냇물처럼 재잘거리게 하소서

우리의 사랑은
호수처럼 잔잔하게 하소서

우리의 사랑은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게 하소서

우리의 사랑은
바다처럼 말없이 깊게 하소서

+ 사랑의 기도

꽃잎에 맺힌 이슬처럼
님을 생각하는 이 마음
언제나 순결하게 하소서

두둥실 산마루를 넘는 저 구름은
님 향한 내 터질 듯한 그리움의
우편 배달부이게 하소서

지금 나의 뺨을 스치는 이 바람은
저 멀리 님의 뺨을 살며시 스쳐온
그 바람이게 하소서

산들바람이 싣고 온
이 향긋한 꽃내음은
님이 고요히 눈감고 맡으셨던
그 꽃내음이게 하소서

밤하늘을 예쁘게 수놓은
저 고운 별빛은
내 님의 맑은 눈동자에 담겼던
그 별빛이게 하소서

님 생각에 젖어 걷고 있는
이 아득한 길의 저편 어딘가에
나를 향해 다가오는
님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게 하소서

님과 함께라면
사랑의 고통마저 기쁨으로 여기는
용기 있는 마음을 주소서

님을 사랑하는 이 마음
평생토록
변함이 없게 하소서

내 마음에 늘 님이 계시듯
님의 마음에도 오붓이
나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게 하소서
+ 내 마음은

내 마음은
당신의 지성소(至聖所).

온 정성을 다하여
닦고 또 닦은

내 마음의 중심에
당신을 모시는 것이

나의
사랑의 종교인 것을.

당신은
내 마음의 중심에

해 뜨는 낮이나
달 뜨는 밤이나

세월의 수레바퀴가
닳아 헤어질 때까지

영원토록 변함없이
계시옵소서.

온 우주에
단 하나뿐인

나의
사랑하는 님

내 영혼의 샛별인
당신을

영원히
찬미하는 것이

나의
아름다운 숙명인 것을.


+ 그대 안의 천국

나의 천국은
크고 화려하지 않습니다

나의 천국은
작고 소박합니다.

내가 살아서나
내가 한 줌의 흙이 되어서도

이 드넓은 우주에서
나 영원히 머물고 싶은 곳은

오직 하나
당신의 마음속뿐.

당신의 마음 한 모퉁이에
나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면

나 그것만으로도
황홀한 은총을 누리는 것을,

그것 말고 달리
내가 꿈꾸는 천국은 없습니다
+ 주여, 우리 사랑은

주여, 우리 사랑은
화려하기보다는
진실하며
수다스럽지 않고
침묵하며
평생을 두고
변함이 없는
성실한 사랑이게
하옵소서

주여, 우리 사랑은
겉으로 빛나기보다는
안으로 성숙하며
뽐내지 않고
겸손하며
세상 끝날까지
변절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이게
하옵소서

주여, 우리 사랑은
은밀하기보다는
이웃의 고통을 함께하며
쾌락에 물들지 않고
순결하며
사랑의 이기주의를
단호히 거부하는
성숙한 사랑이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주여
참사랑이 아쉬운
이 세상에
한줄기 구원의 빛을
던지는
그런 사랑이게
하옵소서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