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9일 일요일

바다처럼 간다

바다처럼 간다 / 架痕 김철현

나는 간다.
바다처럼 나는 간다.
수 없이 할퀴고 지나간 뱃길 같은
상흔들에 가슴 풀어 헤치고
일렁이는 햇살에 따가워하며
삶이 긁힌 채로 바다처럼 간다.
끝없는 길 가보아도 만날 무엇도
있을 리 없지만 돌아서기엔 먼
바닷길에 띄워진 배이기에
차라리 바다처럼 간다.
바람이 불면 조급한 발걸음
파도가 일면 몸서리쳐지지만
폭풍 후에 고요함이 있다기에
나는 오늘도 그 위에 얹어진
세상을 업고 찌끼 가라앉은
바다처럼 흘러 흘러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