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무당벌레

내가 벌레 아니었나
내가 벌레로 보이지 않았었나
앞가슴등판 양 옆에
커다란 황색무늬의 날개 가운데
붉은 색 반점이 단아한
옷 입은 내가
무당 아니었나
수피가 잘 떨어지는
느티나무 아래
한 겨울 잘 지내다가
손으로 툭 건드리면
어느 하늘로 날아갈 것 같다
인왕산 오르는 길에
한참 북 치고 징 치고 피리 불고
신神 부르는 소리 요란하다
무당벌레 한 마리가
담벼락 위에 앉아
살풀이 춤을 추고 있다
벌레 같은 삶의
원怨을 끊어 주고 있다
벌레보다 못한 생의
한恨을 풀어주고 있다
나도 누구보다 더 기생의
벌레 같았으니
저 굿판에 한 자리 차지하고
놀아봐야겠다고
날개를 펴고 드러누워
빙빙 맴을 돌다가
중얼중얼 공수하였으니
굿이 시원하게 되었다고
세상, 슬쩍 떠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