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1일 월요일

풍경(風磬) 소리



어둠은 손끝에서 꿈틀거리고

낯선 산사 처마끝에 매달려

바삐 노는 풍경(風磬)만이

세상 모든 고요에 반란(叛 亂)을

꿈꾸기라도 하는 듯

이름조차 없는 슬픈 소리로

외로운 반항을 하고 있다

속절없이 울어대는 맹꽁이는

늘어지게 한탄만 하고

현실을 피해 일찍 숨어버린

단풍나무 가지 사이로

시끄럽게 수다 떨던

싸리나무가 졸고 있구나

스멀스멀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 버린 세상

저 멀리서 음흉한 웃음으로

달이 차고 올라온다

새로이 주인을 맞이하는

풍경(風磬)만이 홀로 외롭구나


풍경(風磬) 소리 / 풍향 서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