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0일 목요일

정연복의 ´아내에게´ 외

<아내 시 모음> 정연복의 ´아내에게´ 외

+ 아내에게

이 세상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 중에
만난 우리 둘

당신과 내가 사랑하여
부부의 인연을 맺은 지도 오래

처음에는 우리의 만남
아름다운 우연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우리의 만남
하늘이 맺어 준 필연이라고 느낍니다

내게 있는 모든 것
구름처럼 덧없이 사라진다고 해도

오직 당신의 존재 하나
내 곁을 떠나지 않기를!

당신을 사랑하는 이 마음
영원히 변함없기를!
+ 나 당신 위해 살리라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천사의 모습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당신이 내게로 다가올 때

나의 마음은 파르르
꽃잎처럼 떨렸지

당신과 나는 어쩌면 그렇게
눈빛이 딱 맞아

이렇게 한세월
다정히 어깨동무를 하고 있을까

그 동안 잘해 주지 못하여
정말 미안해

앞으로 남은 소중한 날들은
나 당신 위해 살리라
+ 참 고마운 당신

당신과 함께 살아온
스물 몇 해

세월의 그림자
길게 드리운

우리의 지난 결혼생활
가만히 뒤돌아보니

당신은 말없이
늘 나의 잔잔한 배경이었네

인생의 중천(中天)을 훌쩍 넘고서도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르는

나와 함께 살아오느라
어쩌면 남몰래 눈물지었을 당신

그런 당신이 곁에 있어
지금까지 나는

밤하늘의 총총 별들처럼
수많은 행복을 누렸지

그 행복으로 이제는
내가 당신의 배경이 되어 주리

참 고마운 당신!
+ 그대여, 나의 천사여

칼바람이 불어
이 가슴 시린 날에도

우리 첫사랑의
추억의 옷깃을 여미면

한바탕 몰아치는 고까짓 추위쯤이야
너끈히 떨칠 수 있어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인생살이에

이따금 슬픈 눈물이
이슬처럼 맺히더라도

꿈결처럼 당신을 만나
행복했던 우리의 지난 세월

그리도 애틋한 사랑의 추억 하나
고이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내 작은 가슴에는
삶의 용기가 불끈 솟으리니,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처럼
이 세상 많은 사람들 중에

나의 짝이 되어
나의 다정한 사랑이 되어

가끔은 이렇게 삶의 벼랑에서
눈물겹게 나를 지켜주는

여린 듯 강한
그대여, 나의 천사여
+ 파랑새

행복의 파랑새는
저 멀리 살지 않고

보일 듯 말 듯
나의 곁을 빙빙 맴돌고 있음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이 세상에서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제일 긴 사람

이 세상에서 나에게
밥상을 가장 많이 차려준 사람

이 세상에서 나의 안팎을
누구보다 세밀히 알고 있는 사람

내 삶의 환한 기쁨과 보람
몰래 감추고픈 슬픔과 고독의
모양과 숨결까지도 감지하는 사람

그리고 나 때문에
종종 가슴 멍드는 사람

하루의 고단한 날개를 접고
지금 내 품안에 단잠 둥지를 틀었네

작은 파랑새여
아내여
+ 어느 날의 사랑고백

그대를
사랑한다, 사랑한다
큰소리를 내지는 않으리

그대를
사랑한다, 영원히 사랑한다
장담하지는 않으리

그대와 부부의 인연을 맺은 지
어느새 스물 몇 해

세월은 바람처럼 흘러
그대의 검은머리에 흰눈이 내리네

나 이제
그대에게 하고픈 말은

그대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나 그대의 배경이 되어 주리라

말없이 은은히
오직 그대 곁에 있으리
+ 정말 미안해

당신 향한 나의 사랑
한결같지 못하여
정말 미안해

속상한 일이 있어도
아무 일 없는 듯
남몰래 삭혀야 하는데

당신에게
괜한 투정 부려
정말 미안해

사랑의 눈빛
수다히 나누어도
아쉬울 짧은 생(生)인데

종종 싸늘한 표정으로
당신 마음 아프게 해
정말 미안해

깊은 밤
곤한 잠을 자는
당신 모습 바라보며

´앞으로는 잘해야지´
늘 뒤늦은 후회
+ 소중한 당신

짧은 목숨살이의
어느 모퉁이에서

어쩌면 우리 둘은 만나
이렇게 하나가 되었을까

쉼 없이 흐르는
세월의 파도 속에

너와 나의 영영
이별의 시각도 다가오고 있겠지

언젠가는 나의 곁에서
아스라이 멀어질

파르르 한 장 꽃잎 같은
여린 목숨

그래서 더없이
소중한 당신이여
+ 꽃잎

문득 아내가
참 예뻐 보일 때가 있다

친구랑 술잔을 기울이다
늦은 귀가의 밤

남편이 돌아온 줄도 모르고
이불도 내동댕이치고
이따금 코도 골며

세상 모르고 자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내가 이렇게
고단한 삶을 사는 것은
나 때문인 것을

한때는 꽃잎처럼 곱던
얼굴에 잔주름이 피었어도

예나 지금이나
내 눈에 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다
+ 반달

내 생이
그믐달인 듯 야위어
쓸쓸함이 여울지는 날에도

나의 반쪽,
나의 영원한 사랑
반달 같은 당신 있어

허투루 눈물짓지 않으리
+ 아내의 발

어젯밤 과음으로
목이 말라
새벽녘 잠 깨어 불을 켜니

연분홍 형광 불빛 아래
홑이불 사이로
삐죽 나온 아내의 발

내 큼지막한 손으로
한 뺨 조금 더 될까

상현달 같은
새끼발가락 발톱
반달 모습의
엄지발가락 발톱

앙증맞은 그 발로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뛰어다니느라
아내는 얼마나 고단했을까

군데군데 제법 굳은살이 박힌
235밀리 작은 발

그 총총 걸음마다
행운과 복이 깃들이기를....
+ 아내의 초승달

아차산 야간등산
하산 길

아스라이 동녘 하늘에
초승달 하나

선녀의 눈썹인가
가늘고 길게 굽어진
저 숨막히게 예쁜 것.

늦은 귀가의 남편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든 아내

별빛 맑은 눈동자는
평화로이 감겨 있는데

바로 그 위에
초승달 두 개 떠 있네

만지면 사르르 부서질세라
새끼손가락 끝으로

조심조심 쓰다듬어 보는
한 쌍의 아미(蛾眉).

나는
행복에 겨운 나무꾼.
+ 천생연분

구월의 싱그러운 밤을
코스모스 늘어진 중랑천
산책로를 따라

손깍지로 다정히 하나 되어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아내와 함께 걸었다

이십여 분 걸었을까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나는
발등에 서서히 물집이 잡혔다

아내는 두툼한
등산 양발을 벗어
내 큼지막한 두 발에 신겨 주었다

한참을 걷더니 아내가 말한다.
´여보, 나도 발등이 쓰라려 오네.´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더니
오른쪽 발등이란다.

사실 난 왼발 발등만 쓰라렸기에
냉큼 오른쪽 양말을 벗어
아내에게 신겨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켤레의 양말을
나는 왼발, 너는 오른발에 신고
상쾌한 가을 공기 속을 걸었다

천생연분!


+ 참 고마운 당신

당신과 함께 살아온
스물 몇 해

세월의 그림자
길게 드리운

우리의 지난 결혼생활
가만히 뒤돌아보니

당신은 말없이
늘 나의 잔잔한 배경이었네

인생의 중천(中天)을 훌쩍 넘고서도
아직도 사랑을 잘 모르는

나와 함께 살아오느라
어쩌면 남몰래 눈물지었을 당신

그런 당신이 곁에 있어
지금까지 나는

밤하늘의 총총 별들처럼
수많은 행복을 누렸지

그 행복으로 이제는
내가 당신의 배경이 되어 주리

참 고마운 당신!
+ 어깨동무

혼자서는 쓸쓸하여
둘이랍니다

파도가 밀려오는
은빛 백사장(白沙場)에서도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 들판에서도

혼자서는 외로워
마냥 둘이랍니다

작은 두 어깨
비스듬히 잇대어

나란히 걸어가는
너와 나는

한평생 다정히
어깨동무랍니다
+ 동행(同行)

우리 부부는
함께 걷기를 무척 좋아한다

언제 어디에서나 다정한 동행이
우리 사랑의 익숙한 모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 둘이
꼭 오누이 같다고 말한다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목숨의 끝까지 나란히 걷자던

첫사랑 그 시절의 굳은 맹세
고이 지켜

햇살 따스한 봄의 꽃길
소낙비 내리는 여름의 진창길

쓸쓸히 낙엽 진 가을의 오솔길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 들판에서도

두 마음
한 마음으로 잇대어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행복하게 걸어갈 것이다
+ 기찻길

보일 듯 말듯
아득히 먼 저곳까지

함께 곧거나
함께 굽으며

나란히 마주선
기찻길을 보며

왜 바보 같이
눈물이 나는 걸까

나의 발길이 닿는
세상의 모든 길이

쓸쓸하게만 느껴지며
방황하던 내 청춘에

햇살처럼 다가와
따스한 사랑을 주고

스물 몇 해의 긴 세월
한결같이 나의 ´곁´이 되어 준

참 고마운 당신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권오범의 ´애인 구함´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