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2일 일요일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정하-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 때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