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9일 화요일

가을 나그네-이양우-


그냥 떠나지는 마십시오.

비가 올 듯 합니다.

우산을 받쳐드십시오.

비가 그치면 서리가 내릴 테지요.

아직 몇 식구는 짐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저 북풍이 찬 바람을 보낼 테지요

그러나 시간은 남았습니다.

철새들도 먼 길을 떠날 테지요.

오동 잎은 이미 선발로 떠났습니다.

피만 마른 억새 꽃도 그냥 피어있습니다.

서광과 코스모스들도 수근거립니다.

이젠 꽃씨들을 땅속에 묻고 갈 모양입니다.

나뭇잎들도 우왕좌왕 발길을 서성이구요.

열매들을 바라보며 눈을 돌립니다.

헤어지기가 몹시 섭섭한 게지요.

그래 내년에 보자,

꼭 돌아올 테야,

어찌 튼 몸조심들을 해라.

떠나려는 표정들이

너무 을씨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