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섯 살 때 울 아부지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을 부르시며
부르스를 가르쳐 주셨고
일곱 살 되어
동네 애들이랑 맞붙여
딱지치기를 가르쳐 주셨다
무슨 일이건
남자 여자 가려서는 안된다고
방과 후면
책가방 던져놓고 오빠들과
전쟁놀이에 열 올리는 나를 보고
어느 날
퇴근 하셔 주머니에서
꺼내주시던 빨간 입술연지
난 너무 좋아 아껴놨다가
외할아버지 댁에 갈때
꽃 입술에 그리기 하고 갔더니
쥐잡아 먹고 왔느냐고
외할아버지 야단 치셨다
시집갈 즈음
아부지는 밤만 되면
냉수 한사발 떠오라셨다
대접에 떠간 물이
출렁거려 반만 되면
몇번이고 되풀이시켰다
그렇게 키운 딸
멀리 보내고 늘 그리워 하는
아부지의 꽃은
바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