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0일 수요일

화석 같은 사랑을 꿈꾸며

50이 되고 60이 되고
70이 되고 80이 되면
어떤 얼굴 어떤 숨소리로 우리 마주할 수 있을까
얼마만큼의 거리로 당신과 걸을 수 있을까
잊지 못하고 잊은 듯 하는 것이
잊고서 잊지 못한 듯 하는 것보다
분명 더 행복한 일일지도 모를 것이다 그때는.

거리의 표지판과 펼쳐들었던 지도 맞추며
길을 찾아가던
우리 젊은 날 삶의 여정 떠올리며
길을 잃을 때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면
당신을 지도로 펴들겠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어떤 속도로든
당신의 유인을 받겠습니다

당신과 밀착된 기억 지층처럼 쌓아가며
수억 년 사랑을 꿈꾸겠습니다

단층 같은 가슴 아닌
밀려드는 그리움으로
습곡된 가슴으로 살겠습니다

내 늙어 가는 여윈 뼈 속에
당신을 화석처럼 새기고 살겠습니다

우리 50이 되고 60이 되면
우리 70이 되고 80이 되면
어떤 색깔의 무늬로 나부끼고 있을까
어떤 방향의 걸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