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과 아이들
정영숙
가을이 온다기에 그저 그런 가 했는데
노랑, 빨강, 보라, 하양의 수많은 국화의 얼굴이
가을 바다에 홀로 서 있는 섬을 화장하고 있다
멋지다. 멋지다 화장한 섬의 얼굴이 멋지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도 멋지는데
향수는 왜 뿌렸는지!
국화! 넌 가을의 소년
네 얼굴에 키스한다고
파출소에 가지 않겠지?
꼬마들도 국화꽃 같은 옷 입고 재잘재잘 웃으며
선생님 걸음 따라 다닌다.
제자리에 말없이 서있는 꽃에도 키스하고 싶은데
국화꽃처럼 알록달록 옷 입고
걸어 다니며 피는 꽃에는 더 키스 하고 싶다.
아마 멀리 떨어져 아주 멋지게
가을 소년으로 피어가고 있는
손자가 보고 싶어서일까?
내일이 손자놈 생일인데.
2004년. 마산 돝섬의 국화꽃 박람회서.
http://blog.naver.com/jhemi/90911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