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나는 바위에 갇힌
떠도는 영혼
이 바위를 쪼개고 내 영혼을 끄집어 내다오
당신의 입맞춤으로 내게 날개를 달아다오
싸매고 또 싸매고 묶고 또 묶어
한 점 회한(悔恨)으로 오그라들던 내 그리움은
터져 나오는 설움에 열꽃 기둥 되어
땅을 가르며 허공에 붉은 울음 터뜨리다
몸을 비비고 서로를 껴안으며 한 개 바위가 되었다
하여
천년 침묵 속에서
조약돌 되고 모래 되도록
금 긋고 무늬 새기고 너설 부숴뜨리며 그 얼마나 몸부림쳤던가
그래도 끝내 빼치지 못했다
내 그리움은
억겁 기다림 속에서
흙이 되고 먼지 되도록
하늘과 땅 바다, 생겨났다 무너지며 빛 바랜 적이 그 몇 번이던가
그러나 끝내 주저 앉고 말았다
내 그리움은
이제 그리움은
속살 뜨거운 열기에 안으로만 녹아 내리고
헛들리는 사랑말에 가슴을 삭혀 내리고 있다
꿈도 노래도 잃어버린 벙어리 호적(胡狄)이 되고 있다
내 몸에 정 박아다오 쇠뭉치로 내리쳐다오
꼴을 만들고 숨을 불어 넣어다오
나 일어서도록
바위 속에 갇힌 이 그리움을 끄집어내 다오
당신은 나를 조각하는 피그말리온
당신 손 끝에 내 그리움을 싣는다
가슴조려라며 당신의 입맞춤을 기다린다
어서 오너라 나의 아씨여
나의 마리아여
(후기)
- 너설
험한 바위나 돌 따위가 삐죽삐죽 내밀어 있는 곳
피해서 꺾이지 않고/ 숨어서 잘리지 않으면서/
바위너설에 외진 벼랑에/ 새빨간 꽃으로 피어나는 일이
(신경림, ′진달래′)
- 벙어리 호적
′호적′은 ′오랑캐′라는 뜻으로 따라서 ′벙어리 호적(胡狄)′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아니하여 서로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상황을 이름
- 정
돌에 구멍을 뚫고 쪼아 다듬는 연장
- 꼴
모양새
- 피그말리온(Pygmalion)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 왕이며 조각가
상아로 만든 여인 갈레테아(Galatea)을 사랑해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빌어 생명을 부여받았다
쟝 레옹 제롬(Jean-Leon Jerome)의 『피그말리온과 갈레테아』는 피그말리온이 조각상에 키스하는 순간 눈을 뜨며 피그말리온을 껴안는 갈레테아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 조각으로 유명하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는 『조각이란 바위를 쪼개 그 속에 숨어 있는 사람을 끄집어내는 작업』이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