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3일 토요일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유치환-

마침내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무량한 안식을 거느린 저녁의 손길이
집도 새도 나무도 마음도 온갖 것을
소리없이 포근히 껴안으며 껴안기며―

그리하여 그지없이 안온한 상냥스럼 위에
아슬한 조각달이 거리에 내걸리고
등들이 오르고
교회당 종이 고요히 소리를 흩뿌리고

그립고 애달픔에 꾸겨진 혼 하나
이제 어디메어 숨지우고 있어도.

행복은 이렇게 오더니라
귀를 막고―
그리고 외로운 사랑은
또한 그렇게 죽어 가더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