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나라의 공주님과 불의 왕자님은
더 이상 이대로 바라만 보고는 살 수 없다는 생각 끝에
단 한 번 서로를 만져볼 수 있는 것으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대신하고자 약속했습니다
˝다음엔 당신과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겠어요.˝
한 걸음씩 서로의 손끝이 가까워질수록
얼음나라 공주님은
온몸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고
다가가고 있는 왕자님의 몸은
조금씩 식어가고 있었습니다
˝어서요 망설이지 마시고... 어서요.˝
공주님의 아픈 눈물에
왕자님이 멈칫 망설이고 있던 시간에
이미 공주님은
여전히 눈물되어 흐르고 있는 작은 손끝만을 남긴 채
나머지 몸은 눈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대여 다음엔 당신과 같은 몸으로 태어나
영원히 안아 주겠소 약속하오.˝
녹아 흐르는 작은 손끝을 잡아보려
공주님의 눈물 속으로 뛰어든 왕자님의 몸은 차츰 식어 갔고
조금씩 조금씩 작은 양초가 바람에 꺼지듯
왕자님의 몸은 더 이상 불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이 둘의 사랑을 지켜보던 하나님의 눈물이
몇날이고 몇날이고 그칠 줄 모르고 흘렀고
끝내 마주잡아 보지 못한 둘의 손 끝에 맺힌 한을
공주님과 왕자님의 소원을 들어주셨습니다
얼음나라 공주님은 불의 나라 공주님으로
불의 나라 왕자님은 얼음나라 왕자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