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5일 금요일

바람의 명상



틀도 형체도 없다
가끔은 몸살처럼 심하게 몸을 뒤틀어
꽃이 만발한 언덕을 헝클어 놓기도 하며
세상을 두루두루 둘러보다가
머물 곳이 있으면 잠시라도 머물고
지나칠 곳이면 미련없이 지난다
미련을 두는 것은 어쩌면 내겐
의미 없는 일인지 모른다
그저 휭- 하고 불다가
이름 모를 골짜기에 묻히기도 하지만
나는 오늘도
흔적없이 그대를 향해 불고
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왜 바람으로 태어났는지
더 이상 하늘에 대고 묻지 않는다
나의 운명을 알 수도 없지만
바람으로 태어나
바람으로 살다가
흔적없이 스러져도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삶을 골고루 어루만질 나는
죽을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