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4일 일요일

장대비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
너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어
너의 소리는
나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고
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지
여전히 넌 울고 있었어...

난 널 비켜가지 못했어
널 피하기 위해
가장 큰 우산을 준비했지만
결국 넌
나의 발끝부터 촉촉히 젖어오더니
이내 온몸에 한기를 느끼게 하더구나

내겐 단단한 우의가 있고
나를 감싸 줄 우산이 있었기에
이토록 지독한 열감기에 걸릴거라곤
감히 생각지도 못했어
아니, 어쩜 난
너 때문에 아플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단 한번만이라도
빈몸으로 널 맞으며
나만의 거리를 헤매보고 싶었고
온몸이 젖어버려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너와 함께하고 싶었으니까...

어둠이 오려고 꿈틀거리던 시각
받쳐든 우산을 집어 던지고
빈몸으로 빗살을 맞았지
끝내 난 아프고 말았어...

다시는 널 기다리지도
그리워하지도 않을거야
지금보다
더 큰 우산을 준비하고
더욱 단단한 우의를 입어야겠지

한숨 자고나면
싱그러운 아침햇살이 비출거라 생각해
그래서
젖어버린 나의 옷을 말리고
맑은 모습으로 햇살을 받을래

언젠간 또다시
널 그리워 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나 정말 많이 아프거든...

장대비...
너,
너무 긴 장마비는 아니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