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7일 일요일

양념, 속 같은

배추 같은 세상
큰 칼로 반을 뚝 잘라
꼿꼿하게 치켜든 독기
어서 다 내놓아라 하면서
소금물에 담아 죽여놓는다
이제 내가 네 마음에
슬슬 불을 질러보마
태양에
열 받은 고추를 잘게 썰고
동해바다의 푸릇 푸릇
파도 몰아치는 파와
있는 듯 없는 듯
무도 채 썰어 놓고
미안하다 사과야 껍질 벗겨 보니
물 많은 배도 잘라 넣고
아차차, 가장 중요한 것이
젓갈이 빠졌구나
새우에 까나리에 육젓까지
저 붉디 붉은 당신의 속 마음
손에 들고
삶의 이파리 하나씩 들추어
듬뿍 듬뿍 맛갈나게 묻혀라
온갖 양념을 넣어
이 세상 한 번 버무려 보자
붉게 꽃 핀 그 속의
김치 한 조각 먹어 보자
이 세상에 가장 맛 있는
속 한 번 먹어 보자
마음 한 번 먹어 보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양념, 속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