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그치기를 기다려
지붕위에 쌓인
무게를 가늠할 사이도 없이
저 육중한 힘에 눌려
생을 받쳐주었던 벽이 무너지고
삶을 지탱했던 기둥이 무너지고
지난 여름 폭우에
간신히 이어놓아
잘 자라던 가지마저 부러지고
부여잡은 목숨까지 고개 숙이고
누군가에게 한꺼번에 던진
나의 사랑도
저렇듯 무거웠으리라
너를 좋아한다고
저렇게 바위 같은 눈이 내렸으리라
너를 그리워한다고
저렇게 무쇠 같은 눈이 쌓였으리라
어떤 이는
거기에 세상을 붙이고
어떤 이는
거기에 인생을 붙이는데
어떤 나는
문신처럼 무늬처럼
너의 몸을 무겁게 짓누르던
폭설의 상처만 가지고 있었네
그렇다면 이제는
나 모르는 사이에 왔다가
가 버리기를
잠깐 인사나 하고 떠나가기를
닿자마자 가볍게 사라져 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