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6일 목요일

저 빗줄기, 다시 담 너머 뛰어내리고

낮고 흐린 하늘,
꽃을 너무 사랑하여서
언젠가 비가 되어 너에게 가리라
매일 비가 되기 기도하던 저 빗줄기 ,
마침내 제몸 서러운 빗줄기 되어
온몸 뜨거운 빗줄기 되어
높이 세운 담장 뛰어 넘는다
뜨락에 갇혀있던 것들
놀란 가슴 서로 묶어 기대며
맨발로 뛰쳐나와 즐거워한다
따, 따, 따, 따!
타담,타담, 타담, 타담!
오, 오랜 가뭄 끝에 듣는 저 빗소리,
오, 비여, 비여!
목이 마른 꽃잎들, 타는 목젖 적시며
부르튼 입술을 축이며 울부짖는다
미친 꽃대를 흔들며 껑충 껑충 뛰어오른다
따,따,따, 따!
타담,타담,타담,타담!
오, 오랜 미르떼 끝에 듣는 저 빗소리,
오, 신이여, 신이여!
이다지도 늦게 오셨나이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꽃잎의 눈망울에서
설움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원망의 눈물이 녹아내린다
지난 설, 처용에게
비가 되어 담장을 넘었다고 고하던 저 빗줄기,
이젠 빗줄기에 생사를 건듯
서러운 제 몸뚱이는 잊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뛰어내린다
있는 것에서, 없는 것으로,.. 뛰어내린다
가진 것에서, 못 가진 것으로,...뛰어내린다
빗방울이 굴러내린다,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오직 한 가지 소망,
오랜 그리움의 시작이던
꽃의 눈동자 보다 바싹 들여다 보기위하여
오랜 그리움의 중간이던
꽃의 입술에 보다 뜨겁게 입맞추기 위하여
오랜 그리움의 마지막이던
꽃의 가슴을 보다 가까이 끌어당기기 위하여
자연의 빗줄기에 휘감은 뜨거운 온몸,
온전히 저를 내어맡기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뛰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