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민달팽이

민달팽이
노태웅

길가 개망초 하얀 꽃
씨방을 채우던 긴 하루가
갈증으로 찾아오는 날
알몸으로 버티는 민달팽이는
사글셋방 한 칸 없어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버릴 것 다 버리고 떠난 자리
그래도 욕심 한 자락 버리지 못해
묵정밭 모퉁이에서 속울음을 운다

더위 피할 그늘이 그리운 날
비우면 채울 수 있다는 말에
마지막 남아 있는 점액을 뿌리며
몸을 낮추고 고행의 길을 간다

고광근의 ´작은 못´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