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3일 월요일
정연복 시인의 ´그대, 그리고 나´ 외
<결혼 축시 모음> 정연복 시인의 ´그대, 그리고 나´ 외
+ 그대, 그리고 나
그대가
꽃잎이라면
나는
그대에게 내려앉아
산산이 부서지는
한줄기 햇살이고 싶어라.
이 목숨
다하는 그 날까지
아니,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의 파도 너머
영원히 변함없이
하나이고 싶은
아름다운 연인(戀人)
그대, 그리고 나.
+ 당신을 사랑합니다
지금 나의 작은 가슴은
사랑의 행복으로
한순간 터질 것만 같습니다
백설(白雪)의 눈부신 웨딩드레스에 싸여
한 걸음 한 걸음
공작새의 우아한 자태로 춤추듯
나를 향해 다가오는
너무도 아리따운 당신의 모습은
고스란히 순수의 천사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현재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울러 사랑합니다
어쩌면 아직은 내가 모르는
당신의 과거의 아픔과 약점까지도
나는 소중히 사랑할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먼 훗날 당신의 육체가 시들고
얼굴에 주름살이 생겨도
나는 당신을 지금처럼 사랑할 것입니다
햇살 찬란한 기쁨의 날이나
달빛 어스름한 고통의 날에도
나는 당신을 변함없이 사랑할 것입니다
목숨 다하는 그 날까지
너와 나 다정히 하나 되어
손에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갈
나의 연인이여, 나의 신부여
+ 햇살
긴 세월 쌓인
그리움의 끝에서 만난
참 귀하고 아름다운 당신과
부부의 인연을 맺는 기쁜 오늘
때마침 하늘은 첫눈을 내려
우리의 사랑을 말없이 축복합니다.
간밤의 혹한에 몸서리쳤을
야윈 가지마다 포근히 내려앉은
따순 햇살 있어
나목(裸木)은 쓸쓸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가난하여도
사랑은 찬란하고 복된 것
한세상 살아가면서
굳이 자랑할 것 하나 있다면
우리의 목숨 지는 그 날까지
기쁜 날이나 슬픈 날에도
한결같은 사랑뿐이기를 바랍니다.
드넓은 세상의
한 점 작은 우리의 사랑이겠지만
그 사랑으로 우리는
한줄기 따스한 햇살이 되어
세상을 밝게 비출 것입니다.
+ 사랑의 기쁨
만 삼 년의 풋풋했던 연애
알뜰히 열매 맺어
오월의 따순 햇살 아래
연둣빛 이파리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이제 어엿한 부부 되는
눈부신 한 쌍의 선남선녀(善男善女)
눈에 쏙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연인이다가도
때로는 누나 같고 엄마 같기도 한
오늘 따라 더욱 아리따운
자태의 신부
가끔은 무뚝뚝한 표정이어도
아가처럼 맑은 영혼에
속은 계란 노른자처럼 꽉 차서
한평생의 길동무 삼고 싶은
참 믿음직한 모습의 신랑
다정한 오누이인 듯 닮았으면서도
서로 다른 점도 참 많은
그대 두 사람은
반쪽과 반쪽이 만나
보기 좋은 하나 되라고
하늘이 맺어준 연(緣).
마음과 마음 모아
알뜰살뜰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영혼과 영혼 잇대어
늘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라
살아가다 보면 이따금 드리울
쓸쓸한 그림자 속에서도
광화문에서 첫 인연을 맺던 순간의
가슴 설렘 그 기억으로
천 날의 연애를 키운 그 정성으로
지금은 보름달같이 탐스러운
그대들의 육체
그믐달로 이우는 날 너머까지
천 년 만 년
두 사람의 사랑 영원하여라
+ 사랑의 기쁨
초록으로 눈부신
오월의 세상은 아름다워라
사랑으로 눈부신
오월의 신랑 신부는 더욱 아름다워라
순백의 웨딩드레스에 싸여
지상을 거니는 천사의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신랑에게 다가서는
코스모스처럼 단아한 신부
지금 이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신부를 바라보는
바위같이 당당하고 믿음직한 모습에
순한 눈빛의 신랑
광활한 우주 속 수많은 사람들 중에
서로의 반쪽인 두 사람이 만나
연정(戀情) 새록새록 쌓으며
다정히 한 쌍의 연인이더니
오늘은 그 예쁜 연애
보란 듯이 한 송이 꽃으로 활짝 피어
세상 끝까지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기쁘고 복된 날.
오월의 하늘 아래
연초록 잎새들의 응원의 박수 받으며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하나니,
우리 사는 이 곳은
꽃 피고 낙엽 지는
기쁨과 슬픔 알록달록한 세상
삶의 행복에 겨운 날의
두 사람의 다정한 동행(同行)
이따금 닥쳐올 시련과 아픔의 날에도
늘 그 모습 그대로이기를
초록빛 그 하나로 영원을 사는
저 오월의 나무 잎새들같이
너희 둘의 사랑도 수백, 수천 년
푸르고 또 푸르기를.
+ 아름다운 부부
몇 년의 우정이 자라
예쁜 사랑이 움트더니
오늘은 그 사랑 활짝 피어
백년가약을 맺는 복되고 복된 날
믿음의 가정에서 성장한
선남선녀의 결혼에
하늘 그분께서도 기쁨을 감추실 수 없는가
티없이 맑고 푸른 하늘
초록빛 잎새들을
하객(賀客)으로 보내 주시었다.
서글서글한 성격에
예의 바르고 모든 것
넉넉히 품을 줄 아는 큰마음으로
첫눈에도 신뢰감이 가는 신랑
엄마 아빠의 좋은 성품 쏙 닮아
이해심이 바다 같고
현모양처의 기품이 벌써 드러나는
참 우아한 신부
아무래도 두 사람은
천생연분(天生緣分)인가 보다.
꽃은 피고 지고
사람의 목숨도 그러하지만
사랑은 세월 너머 영원한 것
세상살이 희로애락의 동반자로
한평생 변치 않을 사랑을 맹세하는
너희 두 사람에게 하늘의 축복 있으리니,
서로의 장점보다 약점을
따듯이 보듬는 착한 사랑
삶이 순탄할 때보다도
더러 슬픔과 근심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한마음, 한 믿음을 더욱 굳세게 지켜 가는
깊은 사랑
아들 딸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되
세상의 그늘지고 아픈 구석도
살며시 돌아볼 줄 아는
넓은 사랑으로
인간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겸손히 보여주는
아름다운 부부 되어라.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