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한 통의 낯선 편지글을 받았다.
아, 인터넷의 힘은 얼마나 무한한가
그 사람의 이름도 얼굴도 마음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보다 더 아름다운 향기를 느꼈으니
그러나 들어보라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세상의 수 많은 사람들이, 수 없이 사랑에 대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생각도 하고
몸으로 부딪혀가며 생활에서 연기도 하고
내가 진정한 사랑을 해 보았노라고
시인들은 소설가들은 말하였지만
진정 그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았을까?
아니다 누구도 아무도 사랑, 그 실체는 모를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보내 준 그 편지글을 읽는 순간에
잠깐, 실은 나는 혼자 생각에 깊게 빠져드는 때가 많아
어처구니 없는 실수도 많이 하는 편이다,
그 날도 나는 내게 온 그 글을 읽고 한참 동안을
뇌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멍하니 있었다.
내가 그러고 있을 때 분명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고 지나간 사람도 있었고
나한테 전화도 왔었을 것이고
내게 맡겨진 의무적인 어떤 일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일까
사실은 내 몸과는 별개로 머리속에서는
아무 생각도 안 했다는 표현이 옳다. 아니 사실은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거나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거나
생각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렸다거나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는 사랑이라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아니 사랑이라는 것이 없다고 믿었다.
아니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그쪽으로 밀고 나가고 있었다
아니 왜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짓을 하고
왜 슬픈 척하면서 이별을 하는 것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어떤 사람에게
글을 받고 읽고 침묵이라는 불랙홀에 빠져들었을 때
나는 우주가 생각이 났다.
그렇다 우주, 별들이 모여 있는 세계,
별 하나가 아니라 수 천, 수 만,
수 억의 별들이 모여 있는 그런 세계
생각해보라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한 통의 편지 글 그것이 우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 그래 나는 우주보다 더 크고
많은 것을 받은 것이로구나
우주보다 더 무한한 사랑이 이것이로구나
그 글은 먼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우주에서 들려오는 어느 별의 신호처럼 들렸다.
그 신호 소리가 아직도 내 머리 속에서
내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고
거대한 공룡의 화석처럼 심장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마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내 깊은 곳에서 각인이 될 것이다.
이제 나는 말한다 너를 사랑한다고
너의 모습으로 나에게 온
저 별에게 나의 신호를 보낸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너에게 간다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