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5일 일요일

풀잎 부스러지는 소리

또, 무너지고 맙니다
가슴에 작은 설움 하나
지니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나날조차도
기억하지 않으려 했는데
못 다한 인연, 슬픈 사랑은
천금같은 이 사랑은
왜, 바라만 봐도
풀잎 부스러지는 소리가 납니까
물기 하나 없이
바싹 말라버린 잎새처럼
새벽이슬 마시고
겨우 숨을 쉴 뿐이거늘
새하얀 밤을 지새고 나면
절망은 기다린 듯 찾아옵디다
거리에 스쳐 가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저토록 가볍게 밀려가는데
홀로 기다릴 곳도 없이
둥둥 떠다니는 나그네
하늘만 바라 봐도
사무침으로 이지러집니다
의미도 없이 살아갈 줄 알았다면
빗소리에도, 슬픈 음악 소리에도
맥없이 눈물 흘릴 줄 알았다면
차라리 그대, 한 자락 꿈결이었길
사랑을 하려고 했지요
마음가는 대로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철없이 세상을 모르고
일기를 쓰듯
진솔하게 살아 왔거늘
가슴에서
풀잎 부스러지는 소리가
또, 들립니다
늘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