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당신은
아직 그 자리에 서계십니까
바위 뒤에 숨은 듯이 제 자리 지키며
가을빛 눈물 뚝뚝 흘리고 계십니까
흰 도포자락 입은 채
금강산 울울창창한 원시림
계곡 폭포 선녀탕
헤엄쳐 건너던 그날의 몸짓으로
산자수명한
가을산 가까이
맑은 개울물이 흐르듯이
수풀 어디선가 피리소리 들려올 때
전부 풀어헤친 가을숲이
얼룩 덜룩 물들인 가슴
부끄럼없이 드러내며
이 땅에 온전히 돌려드리할 때
가을 하늘
아주 슬픈 눈빛 하나
갈매빛 추억의 선을 그으며
당신은 아직 그 자리 지키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