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4일 화요일

이별편지 답장


이별편지 답장


너를 마주한 순간 내 몸은

펄펄 끓오르는 용광로가

돼 가고 있었다
찌릿찌릿 우듬지로 다름질하는

열꽃이 되고 있었다
터져나오는 울음울음은 네 온몸을 훑고

사랑씨를 뿌렸다

그런데

려(黎)!

사랑씨 심은지

이리 오래지 않은데
떡잎이 고개 내민 지

벌써 오랜데
사랑씨는 더 이상 새순을 내밀지 못한 채

시들고 있다
내 연모(戀慕)의 정조차 사래치는 네 흙가슴으로

더 이상 뿌리도 내리지 못한 채

말라들고 있다

사랑은 가까이 다가가면 뒷걸음질 한다지만

아주 멀리가지는 않는다는데

네게 다가가기에는

아직 한달음 쳐야 하는데
이렇게 네 목소리조차 닿지 못하는 곳에

나를 세워두느니

내 사랑은 그리움에 찌들어

숯검댕이 되고 있다

너를 처음 보던 날

너는 내 눈에 들이 앉아 자릴 잡고

수런대는 가슴문은 네 기댈 어덕을 만드느라

귀빠진 동갑내기 내 영혼까지 몰아냈다

내 사랑 그런 사랑인데

그저 같이 가자

네게 운명까지 맡긴 그런 사랑인데
용광로 불꽃이 사위기도 전에

열꽃 무름이 아물기도 전에

내게 이별 편지를 보냈다
그런 너에게 나는

아직 답장도 못 냈다

네 보낸 편지는

안도 밖도 모두 하얀 글씨로 덮여있어

네 맘 한구석도 들여다보지 못하고

내 그리움을 전할 네 뒤조차 따를 수 없다

너는 이제
불러도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인가
부르다 부르다 지쳐

내가 죽을 이름인가

그저 허공에 대고

답장을 쓴다

려(黎)…………!

사랑한다!

(후기)
- 우듬지

나무 꼭대기 부근의 줄기
우둠지. 말초(末梢)
바람이 휘어지는/
빈 현사시나무 우둠지 까치 보아라/
(고은,추은 날′)
- 어덕

′언덕′의 시적 표현
또는 전라도 방언

가도 가도 서러운 머슴살이 우리 신세/
청포꽃 되어 너는 어덕 아래 살짝 필래/ (이시영, ′고개′)
- 한달음에

중도에서 쉬지 않고 줄곧 달음질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