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4일 월요일

나무


가만히 서 있다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가는 길이 멀수록
등 굽히고 낮게 쉬어가고자 함이다
동행하던 빛들이 피곤하여 눕고
나뭇잎조차 떨어져 나 홀로 남았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배설물 뿌리까지 스며도
참고 견디어야한다
내 속을 빠져나간 수분 따라
나이테로 금을 긋던 수런거림,
봄바람의 안부는 발등에 젖은 냄새를 털고 있다
기다림이 깊을수록 설레임이 깊고
침묵은 강 같이 흐른다.
아무리 멀리 간 들
봄이면 돌아와 내 앞에 설 기쁨 한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