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6일 수요일

그대가 홀로 산으로 올라갔구나

꽃가지 꺾고 꽃잎 따서
시체의 향기를 마시던
너, 그리고 나를 위해
어디선가 만장가 들려온다
저기 저 한날 한시에 태어나서
한날 한시에 죽는 꿈,
위험한 시 ,국경선 근처
강물이 불타고 있구나
아비규환 비명소리에
숲이 불타고 있구나
온갖 폐수, 오염된 한강이,
하수구가, 구멍뚫린 신발이,
안이 뻥 뚫린 내 오랜 고독이
불타고 있구나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니러 우러라 , 새여 ,
네가 우는 강에서
네가 지른 불숲에서,
길에서 헛소리하고 다니던
누군가의 혀와 술과 약이
불타고 있구나
이제 나를 버려두고
산으로 올라간 그대,
제단 앞에 흰 옷 입고 선 그대,
조상 앞에 눈물 흘리고 있을 그대,
읍하고 큰 절을 하고 나서
멍석자리를 둘둘 말아올린다
소매자락을 둥둥 걷어붙인다
눈섭에 화등잔을 켠듯
불콰한 얼굴 , 부릅뜬 눈동자,
파계의 의미, 다시 한번 깨우친듯
입가에는 알듯 말듯한 미소가 돌아
문수보살은, 보현보살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떠돌며
징소리, 북소리, 요령소리
천지인 태극판을 둥둥 울리며
염병을 고치러 다닌다
저 낡은 우상과 때묻은 집기와
찢겨진 깃발과 무지개양초마저
천년 아궁이에 넣어 불태우는구나
저 냉정한 눈, 잔인한 입술들
당장 손가락으로 파서 도려내며
위험한 강을 태우고 있구나
그들은 저 세상에 가서도
사랑을 나눌 수 없을 것이므로
부끄러움 가릴 낯도 없을 것이므로
그대가 홀로 산을 메어지고 있구나
태백산, 박달나무, 천애고아,
큰 참회의 짐을 지고 있구나
나비를 잡아 시신의 향기를 마시던
소년이 어느새 장년이 되었다
이제 그대가 홀로 산속에서
강과 숲을 바라보며
닦고, 씻고, 부시고, 태우고, 묻어,
부서지지않을 큰 길을 열고 있구나
너와 나의 심장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그 길 따라
너와 나의 오장육부에서
온갖 거짓 쏟아져내릴 그 길 따라
다시 한번 함께 태어나도 좋을
서천 가는 길을 닦기 위해
그대가 홀로 산으로 올라갔구나
그대가 홀로 고행길을 가고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