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2일 수요일

눈 내리는 국경선

눈이 내린다
국경선 너머 날아온 눈송이이다

북한산이
낙엽속에 숨겨둔 뿌리를 뒤척인다
한숨소리 아니면 신음소리
계곡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던가
그녀의 열병이 눈이 되었던가
차가운 눈송이들이
땅바닥에 닿자마자
뜨거운 입맞춤에 흩어지고 마는 데

겨울밤은
눈송이의 기억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일까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눈송이
다만 시선의 불꽃으로
선악의 피안에서 타오르는 응시로
말하지도 삼키지도 못한 말
불타는 눈빛으로
국경선 근처 초병처럼 맴돌고 있는 것을

왜 그 곳 겨울강가에는
눈이 펄펄 내려도
새로 이끼가 돋아나는 것일까
돌아다니는 짐승들의 발자국이
여기 저기 있는 것일까
삼나무와 삼나무 사이 간격만큼
너와 내가 거리를 두고 서있을 때
두 개로 쪼개어진 가슴을
전설의 달이 받치고 서있던 것일까

국경선 근처 겨울계곡은
간밤에 내린 눈만큼
숱한 속삭임을 간직하고 있는 양
침엽수 뾰족한 잎새 끝으로
지난 밤 홀로 별빛을 품은
속삭임을 내보낼 때에는
겨울 찬하늘을 찌르는 눈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