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정류장 / 坪村
흙먼지 안고 도시서 퇴출된 버스가 콜록이며 다가온다.
색 바랜 이정표가 토막 잠 잘 때 덜컹 세월을 내려놓는다.
기역자 노인과 늙은 버스가 뿌옇게 묻혀갈 때
그 곳에는 서울로 가는 스물세 살 나와 시집가는 누이가 있다.
농우가 거름냄새와 묵은 밭을 걷어내고
냇가에 늘 가난한 아버지가 등을 벅벅 밀어 주시던 곳
정류장에는 묻어둔 그리움과 꿈이 머물고
저며 오는 들섶에는 노을을 담아내는 한 송이 꽃이 있다
오지길 옆으로 넓은 아스팔트가 긴 혀를 내밀고
터널을 향해 추억을 삼켜버렸고
거미줄이 늘어진 정류장에는 늙은이가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