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0일 수요일

사이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를
언어로 가득한 바다라고 한다면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침묵으로 가득한 섬이라고 한다면
소란스러운 파도를 잔뜩 몰고와
출렁거리며 파문(波紋)을 일으키는
폭포 같은 당신, 물의 나라와
벽을 향해 돌아 앉아 가부좌 틀고
참선(參禪)의 길로 용맹하게 돌진하는
나, 용광로 같은 바위의 나라와
그 사이에
오랜 세월 기다려왔던 시간의
눈빛이 칼날처럼 부딪히고
마른 꽃이 거꾸로 매달린 채 피어있다
삶의 나와 죽음의 당신과 그 사이
죽음의 나와 삶의 당신과 그 사이
바다라는 몸의 한가운데
섬이라는 꽃이 핀다
당신과 나 사이에
일단 정지의
붉은 일출과 붉은 일몰이 서 있다
당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언어의 눈이 내린다
당신은 입술과 혀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나의 귀에 끊임없이 애정을 속삭인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도
침묵의 눈이 내린다
머리위 정수리 속으로 쏟아져 들어간
바다가 썰물처럼 내게서 빠져나간다
당신과 나 사이에
눈이 내린다
당신과 나 사이에 폭포의 바다가 있고
침묵의 바위가 있다
당신과 나 사이에 언어가 하나 있다
사랑이라는 언어가 섬처럼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