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0일 수요일

그 새끼 때문이야 -원태연


그 새끼 때문이야
그 주착바가지 새끼가
날짜만 안 물어 봤어도
그냥 지나쳤을거야
대답해 주다 보니
오늘이 생일이더라고
그때부터 찝찝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마침 내 것도 좀 살까해서
백화점에 가봤지
내 웃겨서 진짜
화장품 코너 여자 있잖아
지네 아빠가 그 회사 사장이나 되는 것처럼
새로 개발된 향이라고
지 팔에다 뿌리고 냄새 자랑하고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향수라고
어찌나 자랑을 하는지
얼떨결에 하나 샀지
이제 어쩌나 싶다가
술 한잔 하며 생각하기로 했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냥 모른 척 지나가는 것보다
더 나은 선물은 없을 것 같더군
누군가 챙겨주었기를 바랄 수밖에
돈 버리고 마음 아프고 기분 정말 더럽더라구
아줌마가 왜 혼자 마시냐고
친구들이랑 자주 좀 오라고 서비스 안주 주시더라고
외로움이 그새 찾아왔는지
그 안주 놓는 손길이 참 따스하게 느껴지더군
따님 있느냐고 여쭤 보았더니
이번에 대학 들어갔다고
기특해 하시길래
그 향수
내가 가지고 있어봐야
골치만 아프고 마음만 더 상하지 싶어
따님 드리라고
좋아할 거라고
......좋아하겠지
‘p해 전 오늘 누구처럼
향이 너무 상큼하다고
나 만날 때만 아껴서 뿌리겠다고
그 표정 그 마음보다는 못하겠지만
당연히 못하겠지만
좋아하겠지
......좋아는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