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4일 목요일

미지근한 숭늉

쥬스와 잘 어울리지 않는 나는
맹물과도 친하지 않다
추운 날 따끈한 커피 한 잔 되지 못하고
한여름 시원한 팥빙수 한 그릇 되지 못했다
펄펄 끓는 주전자가 유혹하지만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근육질을 내보이며 얼음덩이는 거들먹대지만
나는 춥지 않았다
내 품안에는 뜨거운 솥바닥에 깔려
타다 만 밥알이 많다
나는 누구의 혀에게도 데이게 할 수 없어
조금 식어 있다
나도 냉동실에 들어가면 이내 굳어지고
땡볕에 오래 서 있으면 몽롱해진다
내 몸에는 소나기같은 전류가 흐른다
밥알이 흘린 뜨거운 눈물로
내 몸은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타는 목마다 가득 쌓여있는 갈증들이
나를 주목한다
나도 가끔 목이 탄다

박정식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