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3일 금요일

겨울바다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어디쯤에서 접혀지는 것일까
아니 어디쯤에서 다시 울려나는 것일까
에메랄드빛 수초들의 열어젖힌 이마,
풀어헤친 가슴, 뻗어나는 수족같은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손짓과 몸짓들
오래전에 가라앉은 피아노 소리일까
아니 최근에 던져진 아코디언 소리일까
지금도 더럽혀지지않은 하늘을 부르는
착한 마음 하나 잃지 않고 있는 양
수 천 가닥 뒤엉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가느다란 투명한 숱한 손가락 끝에
우리의 징한 명줄이 걸려있는 양
옛 해저화구에서 그리 멀지않은
연노랑 연분홍 연파랑 산호섬 사이
아직도 목을 길게 내밀고 검은 바위 뒤에
숨어 기다리는 퉁방울 눈망울의 심해어들
뻐끔 뻐끔 내뿜는 아쿠아마린 물방울 마다
연노랑 연분홍 연파랑 사연들 뽀끌거린다
말랑 말랑한 마음들이 꿈결처럼 만져진다
깊고 깊은 겨울 바다 속에서는
도무지 누가 왔다가 누가 갔는 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