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3일 토요일

만다라

지상의 등에
새겨놓은 무늬가 있다
달이 들고온 저녁이나
남은 별로 이루어진 새벽 같은
물에 의해 핀 꽃이나
불로 맺은 열매 같은
강으로 굽이쳐가는 여름이나
숲속에서 얼어붙은 겨울 같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다가
잠깐 멈춰 서있는 시간이
만다라다
씨를 얻어
둥굴게 부풀은 여인의 배에서
무덤까지 눕혀진 길이 만다라다
돌고 도는 수레바퀴가
붉은 신호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그 찰나가 만다라다
당신의 집 밖으로
겹겹의 담벼락이 있어서
문을 만들면서
그 가운데를 뚫고 걸어가는 것이
만다라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잎 하나가
허공이 내민 손길에 걸려
딱딱하게 화석으로 굳어
숨막히게 정지해 있는
저 순간이 만다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