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감옥
김종제
폐에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가슴속이 펄펄 끓어오른다
열대의 신경을 걸어가느라
머릿속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불덩어리의 몸이라
빨랫줄에 널어놓아 잘 마르고 있는
세상을 확, 불 지르겠다고
온통 불바다가 되게 하겠다고
저 북쪽의 어디서
태양 같은 무기를 만들고 있어서
한 평 얼음방에 가뒀다
손목은 얼음의 수갑으로 묶고
발목에 얼음의 사슬로 족쇄를 채웠다
창살도 없이 사방이 얼음의 벽뿐이다
맨발로 얼음바닥에 서 있어서
한 발 움직일 때마다
쩍쩍, 달라붙는 살갗에서
지진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차가운 기운으로 뻣뻣한 다리가
살짝 건드려도 가볍게 무너져 내린다
얼어서 굳어버린 허리마저
가벼이 내쉬는 숨결에 동강이 난다
얼음의 감옥에 나도 갇혔다
불타버리고 재가 된 마음이 희다
육신이 대나무처럼 꼿꼿하게 얼었다
톱으로 쓸어내니
그 속이 바랑처럼 텅 비었다
살이, 뼈가 다 떨어져 나가고
비명 지르는 껍데기 하나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