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1일 수요일

그 여자의 외출


그 여자는
모처럼 짙은 매니큐어를 바르고
야하게 화장을 해본다

떠난 사람
이젠 그리워하지 않겠다며
매일같이 함께했던 술병을 내려놓고
외출을 한다

아직도 그녀의 눈동자는 붉다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건지
밤새 마지막 눈물을 흘린 탓인지

길거리를 나서니
유난히 눈에 띄는 그녀의 미모에
눈길을 주는 남자들이 스쳐 지나간다
한 명
두 명
그리고
그런 놈
저런 놈......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백화점을 돌고 있던 그녀는
늘 익숙했던 향수를 맡았고
그 사람을 또 떠올리게 한
남성 화장품 코너를 황급히 돌아 나간다

그녀는 아프다
그 사람 없이는
그 어떤 것도 기쁘지 않으니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녀는 커다란 유리창 앞에 섰다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변해버린 얼굴 그 위로
사랑 속에서 행복했던 표정들이 겹친다

또 갈 데가 없다
아니, 가고 싶은 곳이 없다

그녀는
더 커진 고독을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