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4일 화요일

다른 바다 -마종기-

다른 바다를 찾아가리라
해안선에 줄서있던 소나무는
바람에 소금기에 장님이 되고
바다가 아직 살아있느냐고 묻는다
방조제가 깔리고 내가 떠나고
열에 들뜬 파도소리가 떠나고
나이들어 자주 깨는 밤에는
바다가 아직 살아있느냐고 묻는다
다른 바다를 찾아가리라
젊어서 수줍게 들었던 첫 뱃길은
착각처럼 어둡게 늙어가고
짙은 바다안개만 주위를 감싼다
옷벗은 정적이 따듯하다
어렵게 팔을 벌리는 소나무
바다가 살아있다고 몸을 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