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4일 화요일

사랑하는 당신에게

사랑하는 당신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오늘 아침 이를 닦다가 갑자기 사랑하는 당신의 안부가 궁금해 졌습니다.
어디 불편하신 곳 없이 잘살고 계신지....? 저는 얼마 전 안경테를 바꿨습니다.
구리색 타원형 안경테, 기억나지요?
왜 당신이 자주 닦아 주셨던, 진지한 표정지으며,
˝호오,호오˝ 입김 넣고 닦아주셨던 안경 말입니다.
그렇게 닦아준 안경을 쓰고 본 당신의 얼굴은 참으로 깨끗하고 아름다웠었는데....
왼쪽 눈이 더 나빠져 이제는 그런 얇은 테를 쓸 수가 없습니다.
아마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못 보고 사니 눈까지 나빠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조금 부담스러운 농담이었나요.
새로 산 안경은 코발트색 아르마니 뿔테인데
쓸데없는 세상만 잘 보입니다 얼굴이 길어서
그런지 썩 어울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안경에
˝호오 호오˝ 입김을 불어넣을 때마다 입김 대신 우리 기억이 빠져나와
안경을 딱는지 정확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가 아련해 집니다.
그래서 ´아마도´란 표현에 요즘은 감사함을 느낍니다.
사랑하는 당신,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오늘 아침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당신의 리본 색깔이 궁금해 졌습니다.
어떻게 그 긴 생머리는 여전하신지, 아니면 머리감기 불편하시다고 자르신다더니
혹시 짧게 자르셨는지도 모르겠군요. 혹 그 아름다운 생머리를 자르지 않았다면
리본 색깔이 피란 색 바탕에 흰색 땡땡이였는지, 흰색 바탕에 파란색 땡땡이었는지,
둘 중의 하나를 묶고 계시겠지요.
그 리본 색깔이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그냥 그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렵니다. 그 리본의 색을 확인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을테니까.
사랑하는 당신, 몸은 좀 괜찮으신지요?
요즘 감기가 극성이라는데 그새 감기가 찾아가지는 않았나 궁금해집니다.
어느 의사가 언젠가 인류는 감기로 멸망한다고 하는데,
저야 감기로 인류가 멸망을 하던지, 다른 백신을 개발해 멸망을 막던지,
그딴거 관심이 없고, 다만 당신만은 어디 아프지 않고 살았으면 합니다.
건강하게만 살아가도 골치 아픈 세상에 몸까지 아파야 되겠습니까?
스물네 번째 감기약을 먹고 여덟 번째 주사를 맞아도 이놈의 감기가 좀처럼
날 떠나려 하지 않아 괴롭습니다.
죽도록 붙잡고 싶던 당신은 그렇게도 쉽게 보내면서 제발 좀 떠나 주었으면
하는 감기는 쉽게 못 보내니, 가만히 보면 저도 참 엉뚱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저는 당신에게 참으로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궁금한 게 많은지 놀라울 때도 많이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대로
안경을 닦을 때 입김 대신 우리 기억들이 빠져나가서일 거라 생각하고,
그래서 그런다고 생각하며 살아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라는 표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사랑하는 당신에게 제가 궁금한 것은 구리색 타원형 아르마니 안경테
이전의 안경테를 당신이 기억하고 계실까보다,
그때 묶고 계시던 리본이 파란 바탕에 흰색땡땡이 였는지,

흰색바탕에 파란땡땡이 였는지 보다,
요즘 유행하는 독감이 찾아 갔는지보다,
그때 다 가져가신 내 마음의 안부인 것 같습니다.
가져가신 내 마음이일기장 모서리에 살고 있는지,정리하지 않은
잡동사니를 모아두는 서럽속에 살고 있는지,
싫다 하셔도 끈질기게 매달려 당신의 마음속
한 편에살고 있는지가 너무 궁금합니다.

사랑하는 당신께 염치 없는 부탁이지만
그때 다 가져가신 제 마음 잘 좀 돌봐주시고,
귀찮고 버거우시더라도 제게 돌려 보내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마음만이라도 영원히 당신과 함께 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