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껍질을 벗기면서
정영숙
알 수도, 모를 수도 있는 비밀의 성
겹겹이 수비대가 원형으로 방비 하는데
간 큰 내 칼로 싹둑 잘라 휘저으러 해도
화약을 터트려 숨통을 막고 있구나.
잎 인 듯, 줄기 인 듯, 잎 인 너!
전라(全裸)를 만들어 댕강 잘라도
한번 감은 나이테 풀릴 줄 모르며
찔리는 냄새의 창끝으로 라신(裸身)을
지키는구나.
비밀이로다. 비밀이로다. 성안에 가득 찬 보석.
비밀이로다. 비밀이로다. 매끄러운 네 몸의 매력.
화약의 냄새 두통을 불러드려도 눈 감고 스스로
끌려가는 나는 뭐냐?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