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1일 수요일

운명을 운전하다

그러니까 기로에서 한 쪽을 택한 사내는 사뭇 비장하게
뿌연 안개의 벽에 터널을 내듯이 차를 몰아가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이 질주의 한가운데에 끼어들다니
요절한 가수의 음울한 노래와 앰뷸런스의 비명이 섞인다
검은 선그라스에 그의 표정을 숨겨 보지만 전부는 아니다
핸들, 가속페달 그리고 도로, 모두 죽은 것들이 아닌가
갑자기 소름이 끼친다. U턴 할 수도 없는 편도 하행선
그를 지나쳐간 죽은 시간이 백미러에 들어오고
앞에는 남은 시간이 목젖을 드러낸채 기다리고 있다
언뜻 질주는 시간과 사내와 시간과의 부딪침처럼

누구든지 빨아 들일 만한 블랙홀이 지천으로 깔려있고
속도계의 바늘은 마치 생과 사의 눈금을 재고 있다
그래 죽음의 운명은 그림자같이 따라다니는거지
어느덧 안개의 터널이 끝나고 햇빛이 비처럼 쏟아진다
사내는 안도하지만 그림자는 아까 보다 더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