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1일 수요일

치약을 짜내며 / 서동균


치약을 짜내며 / 서동균

셀프타이머를 맞춰 놓은 세탁기가
묵은 달빛을 탈수하며
아직 어두운 새벽을 덜컥덜컥 흔들어 깨운다
새벽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치약의 몸풀기 스트레칭
기본동작은 가볍게 하품을 거둬내는 것부터
지압점을 따라 두통의 무게를 저울질한다
손가락이 지날 때의 느낌은
싱크대에서 콩나물의 날씬한 몸매를 더듬던
차가운 물의 손놀림 같다
이제 제본소 환기통으로 흘러나오는 미세먼지 같은 일상이
진공청소기의 먼지주머니처럼 부풀어 오를 것이다
똑각!
치약의 뚜껑처럼 튕겨져 나가는 아침

2011 계간 <시안> 겨울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