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사다리 밟아 내려서니
모진 수행으로 비탈진
산사의 어느 암자로 가는 중이다
잘 깎고 다듬어진 새벽이
면벽으로 동안거 하는지
불경을 외우며
쩔렁 쩔렁 소리치며
몸을 흔들고 있다
먼 바다로 걸어가는 길이
번쩍 열린다
저 길이
해인海印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
고해성사의 길이므로
방이 많이 있다 문이 닫혀 있다
하루의 삶이 열쇠다
굳게 채워진 자물쇠마다
나를 끼워 넣는다
문을 닫으니
어느 낯선 별의
화분 속으로 걸어가는 중이다
동백꽃 몇 송이 피고
철쭉꽃 몇 송이 지고 있다
저 나무들이
윤회輪廻의 열쇠를 지니고 있다
문을 열어
백팔 층계를 밟고 올라가면
그곳에 월인천강月印千江이 있다
내가 풍덩 빠졌다
달그림자 숨고 강물 말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