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8일 금요일

첫 눈을 맞으며

새벽길을 걸었습니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눈 싸인 길
첫 눈이 겨울 신부처럼 눈부십니다.

첫 눈 밟는 소리 뽀드득, 뽀드득
반 부추 굽이 푹푹 빠지는 하얀 길
달콤한 입맞춤처럼 녹아내릴
첫 사랑 같은 하얀 눈 쌓여 소담스럽습니다

누군가, 먼발치에서 손짓을 합니다

˝여기야, 여기˝

형체 없는 발자국, 소리없는 지팡이
나보다 앞서 걷고 있었다는 암시
몰랐습니다. 정녕 몰랐습니다.
당신은 신부를 맞이하는 신랑이었음을
당신은 등불이었음을
*빛도 없이 왔다가,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은혜로움에 대하여 눈길을 걸으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혼자 걷는 길이 혼자가 아님을 알게 하는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여 곱습니다.
새벽바람이 포근했습니다.
골목길을 걸어 들어 오며 눈사람이 되어 보았습니다.
첫 눈을 맞으며 걷는 지우의 발자국이 외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새벽에 깨어 눈길을 걸었더니 이제 졸음이 오네요
아들에를 깨워 보내고, 딸에를 깨웠습니다.
딸에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소리가 들리네요.
보내 놓고 한 숨 자야겠어요.

건강한 날에 소망 하나쯤 세워 보세요.
지우는 두 가지 소망을 하얀 눈 위에 썼지요.
꼭 이루어지도록 애를 쓸거랍니다.

-첫 눈 내리는 새벽 지우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