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한 여인이 돌아와 앉았습니다
겨울산같이 차고도 맑고도 무거운
금강산 옥녀봉이 비쳐 흐르는 명경대같은
검록빛 돌거울 앞에
긴 긴 동지날 홀로 산길 헤쳐온 여인의
새빨간 핏방울 맺힌 발이 핏기없이 누워있고
한 쌍의 진홍나비 단추
여인의 웃옷저고리 앞가슴에 콱 박힌듯이
매달려 있습니다
한기 흐르는 별채의 방안 가득
한 해 전에 떠나간 님이 주신 화수분
늘어진 파초우 잎새 마다
전설의 향기를 흩뿌리는 데
얼기 설기 둥근 한지창 밖
아직 떠나가지 않은 새벽달이
매화나무 뒤틀린 검은 가지위에 앉아
또렷한 님의 얼굴 새긴듯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