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1일 금요일

어느 별을 다녀오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은
어디 먼 우주의
별 무더기로 여행하는 것 같아
당신이라는 별에게 부딪혀
폭발한 가슴, 활활 타오르다가
산산조각 부서져 버렸다가
몸을 뒤섞는 꿈을 꾸었다가
시간을 잃고 공간을 잃고
유령처럼 밤새도록 헤매다가
새벽같이 타고온
지구로 향한 귀환 열차의
창밖 풍경은 왜 이리 낯선 것이냐
하긴 당신이나 나나
수억 광년 전부터
눈빛으로 소식을 전하던
별이었을 뿐이니
나에게 그대는 늘 낯선 존재였다
그대를 홀로 남겨두고
나의 별로 돌아오는 길의
꽃도 나무도 낯설다
이슬비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별이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
먼 별인 그대 가까이 갔다가
돌아오니 내가 낯설다
나를 잃어버렸다
그대의 별에
나를 두고 빈 몸으로 왔나 보다
오늘, 그대가 있는 곳의
새벽 별 하나가 더욱 반짝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