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9일 수요일

잠든 그대에게

잠든 그대에게 / 정유찬

내 사랑의 언어가 그대 창문을 두드릴 때
그대는 잠들어 세상 너머로 간다
그대가 무관심처럼 쉽게 망각하는 나의 언어는
그대의 꿈속에서 서성거리다 줄곧 안개처럼 사라져버리고
잠에서 깨어난 그대는 딴청을 한다
아! 내가
잠든 그대의 귓가에서 노래하는가
내 잠 속에서 그대에게 기도하는가
꿈결 같은 미소만 펄럭거리는 그대 창가에서
잠에서 덜 깬 내가 서성이며 아직도 꿈꾸고 있다
헛된 사랑의 꿈을 꾼다
그것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꿈
그것이 나의 현실이 되는 것이다
꿈꾸는 나의 현실이다
나의 현실에서 그대도 꿈꾸고 있다
사랑 따위는 없다는 꿈을 꾼다
어차피 다 부질없는 망상이라는
꿈속의 사랑 따위는 허무한 거라는 꿈을 꾼다
우리의 꿈속에
사랑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그대와 난 목마른 꿈을 꾼다
어제나 마찬가지인
또 다른 오늘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