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사진 이야기
정영숙
어머니의 빛 바라진 사진첩 속에 수많은 날의 삶이
붙어있는 사진이 있지만, 그 중에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고 자랑하는 사진 한 장 떼어서 우리 집 마루
벽에 걸어놓았다. 우리형제들은 그 사진을 보고 또 보고
감격하여 울다가 웃었다.
17세의 애띤 처녀로, 봄바람이 솔솔 부는 대밭 앞에서,
검정치마, 하얀 저고리, 예쁜 운동화에 다소곳이 두 손 모아
서 있는 모습. 너무나 청순하고 어여뻐서 쓰다듬다 또 웃는다.
어머니의 소원은 어서어서 천국 가서 아버지 만나고 싶은데
내 나이 너무 많아 아버지가 못 찾을 가봐 이 사진 들고 가서
보여 주신대요.
백합화도 장미도 시샘하여 고개 돌리는 어머니의 아름다움을
구름 같은 세월이 바람 같은 세월이 꼬리를 달고, 날마다 순간마다
하얀 숲 속으로 유인하여 가는데, 뉘 아무도 붙잡을 수 없어
손을 놓고 서 있는 이 안타까움.
어머니, 어머니!
이 목숨 다하는 그날까지 이 사진 가슴에 붙이고 살렵니다.
2010년 11월19일아침
http://blog.naver.com/jhemi/89988367
&. 위 주소를 살짝 누르면 어머니의 사진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