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9일 수요일

어머니의 사진 이야기

어머니의 사진 이야기


정영숙



어머니의 빛 바라진 사진첩 속에 수많은 날의 삶이

붙어있는 사진이 있지만, 그 중에 어머니가 가장

사랑하고 자랑하는 사진 한 장 떼어서 우리 집 마루

벽에 걸어놓았다. 우리형제들은 그 사진을 보고 또 보고

감격하여 울다가 웃었다.

17세의 애띤 처녀로, 봄바람이 솔솔 부는 대밭 앞에서,

검정치마, 하얀 저고리, 예쁜 운동화에 다소곳이 두 손 모아

서 있는 모습. 너무나 청순하고 어여뻐서 쓰다듬다 또 웃는다.

어머니의 소원은 어서어서 천국 가서 아버지 만나고 싶은데

내 나이 너무 많아 아버지가 못 찾을 가봐 이 사진 들고 가서

보여 주신대요.

백합화도 장미도 시샘하여 고개 돌리는 어머니의 아름다움을

구름 같은 세월이 바람 같은 세월이 꼬리를 달고, 날마다 순간마다

하얀 숲 속으로 유인하여 가는데, 뉘 아무도 붙잡을 수 없어

손을 놓고 서 있는 이 안타까움.

어머니, 어머니!

이 목숨 다하는 그날까지 이 사진 가슴에 붙이고 살렵니다.



2010년 11월19일아침

http://blog.naver.com/jhemi/89988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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