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날이면 날마다
나의 가치를 박탈해 가더니
이제는 버젓이 들어내 놓고
좌절을 체험시킨다
천재적인 기질의 그는
더 이상
나의 미욱함도 애닳음도 몰라라 한다
그는 나이를 거꾸로 먹어
어제는 희디흰 눈꽃이더니
오늘은 분홍 빛 봄이 아닌가
아아 가증스런 세월이여
사막한 삶의 조류를 가르켜주지 않은 채
봄이 와도 잎새를 주지 않네
청춘이 영원하지 않음은 알지만
준비도 하기 전에 시듦을 채근하네
못다 피운 꿈들을 고립시키고
어슬막 쓸쓸 노을처럼
조용한 그림자를 길들이라네
얼마쯤 더 쓸쓸하다가
눈물도 연륜으로 흘려야하는지
억이 막히네
슬픈 추상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