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8일 월요일

새.......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무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천상병 님
천상병 시인님은 ´귀천´에서 보여진 것과 같이, 죽음을 일상의 연속, 즉 자신이 현세에서의 삶을 소풍이라고 여긴 것처럼, 죽음 또한 역시 가볍게 밝게 표현했다. 이 시<새>에서도 죽음을 준비하고, 죽음을 대하는 시인 자신의 관조적인 태도가 잘 드러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