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8일 월요일

이불

뭍에도 물에도 가까운
반만 년 저 육신肉身이
내란內亂을 치루고 있으니
벌거벗겨 본다면
상처 가득할 것이라고
봄의 비 같은 것들이
가을의 바람 같은 것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었는지
오늘은 눈발이 휘날린다
불에 타버려 묵정밭뿐인
산비탈을 덮어주고
얼어 죽어가던 강물에
꽃처럼 뛰어들어
푸른 빛으로 맥박치게 한다
달은 휘영청 밝아서
민둥산에 비단을 깔아 놓고
별은 반짝이면서
임진강에 수를 놓고 있다
저 따스한 이불 속으로
빙하 같은 세상을 넣는다면
순식간에 마음 녹아서
눈이 저절로 감기고
아득한 길을 걸어가겠다
숲속 풍경 흔들리는 소리
누군가 풀피리 부는 소리
노숙으로 지친 산하에
불 같은 이불을 펼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