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0일 수요일

여름 끝에서 쓰는 편지

그대 없는 창가엔
거미들이 그네에 매달려
가을 어귀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내 모습처럼 이리저리 동분서주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저 높은 하늘은 무슨 심사가 틀어졌는지
고양이처럼 아옹다옹 소란을 피우며
비바람을 세상으로 보내더니
어느덧 여름 끝 자락에 닿고 말았습니다.

오랜만에 맑은 햇살이 웃으며
젖은 몸을 말리라 하지만
몸을 말리기는커녕 육수만 흐르고
검은 옷엔 하얀 소금 꽃이 피었습니다.

장마진 여름이라 하여도
피서지를 찾아서 바다와 계곡으로
모두 여행을 떠난다고 하지만

그대 없는 빈 둥지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지친 몸이 되어
피서지 보다 구도의 길을 걷는
청산에 들어가 편히 쉬고싶습니다